2024. 12. 24. 12:55ㆍ독클
많은 사람들이 정치병에 걸린 요즘..
이 책을 보면서 한글을 쓰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쏟는
그런 민족과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p.236-237
고요한 상가와 텅 빈 거리를 응시하던 코헨이 입을 열었다.
"이도 문자는 조선의 것이지만 조선만의 것은 아닙니다. 로마자가 페니키아만의 것이 아니고 피라미드가 이집트만의 것이 아니며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스페인만의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모두 현저하게 보편적인 가치를 지녀서 인류를 위해 공유되어야 할 것 들이죠."
코헨은 자신이 조선을 이해하기 위해 바친 시간과 노력을 이야기했다. 의사이지만 동양학에 대한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의 주자(住子)라고 불리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제임스 레게 교수에게 직접 사서삼경과 장자, 도덕경, 춘추좌전을 배웠고 조선의 고문헌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이도는 세계인이었습니다. 그는 고려에 뿌리를 두었지만 여진에서 세력을 얻고 몽골에서 관직을 받은 가문 출신이었죠. 세계 제국의 보편주의에 강렬한 세례를 받고 고려 여진 몽골의 혼종 정제 성을 내면화한 사람입니다. 이도를 진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같은 이방의 연구자 아닐까요?"
재익은 한숨을 쉬었고 하기 싫은 일을 해치우려는 듯 서둘러 말 했다.
"언문은 우리 조선 말을 표기하도록 조선 말에 맞춰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날 때부터 조선 말을 쓴 우리보다 당신들이 언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 로마자, 한자, 아랍 문자 와 달리 언문은 창작자가 있습니다. 저작권자가 물려준 문자란 거 죠. 그걸 어떻게 처분하는가의 권리는 조선인에게 있습니다." 그러자 벨이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저작권에는 기한 만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도는 수백 년 전에 죽었고 당신들 조선인은 이도 문자가 무엇인지. 심지어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책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이도 문자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해할 수 있습니까?"
벨, 컬리, 코헨이 러시아 언어학자 브로슈타인을 만나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난 여정.
로제타 스톤의 발견에 맞먹는 이도문자의 창제 원리가 담겨있다는 전설의 책(훈민정음혜레본)을 논문에서 언급한 러시아 학자를 만나기 위해 출발..
영국 도버항 -> 베를린 -> 모스크바 -> 이르쿠츠크 ->야쿠츠크 -> 베르호안스크 -> "하르키길"
p.268-269
그렇게 동으로 동으로 달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강풍과 함께 안개가 밀려왔다. 황막한 길에 눈이 내리더니 눈보라가 되었다. 후 두둑거리며 썰매 위로 끝없이 눈발이 쓸려갔다. 몰이꾼은 길을 잃 었다. 순록들도 허둥대다 한데 뭉쳐 자꾸 옆으로 쓰러졌다. 기온은 내려가는데 주위엔 버려진 얼음집도 바람을 피할 동굴도 없었다.
벨은 이 하늘과 바람과 눈과 안개와 땅이 조금도 인간을 사랑하 지 않음을 생각했다. 천지불인(TtTE)이라고 노자도 말했다. 우 주는 인간을 불쌍히 여기지 않아. 인간의 땀내 나는 노력에 아무 관심도 없어. 인간을 부뚜막 불길에 던져지는 지푸라기 인형처럼 취급하지. 그것이 우주의 실상이야.
그러나 우리는 말을 해. 우주와 대면해서 자신의 영혼을 느낄 때. 말을 한다고. 말만이 우리를 이 무정한 세상 밖으로 데려가는 거야. 인간으로부터 신으로, 사물로부터 관념으로, 감각으로부터 추상으로.
벨은 자기도 모르게 아, 아 하고 소리쳤다.
소리의 신령함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다. 차디찬 세상에서 숨결과 함께 발성되는 근원모음 아. 살아있음을 증언하는 고독한 소리.
자유와 위험을 동시에 느끼는 짐승의 발성. 인간이라는 짐승이 하 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에 작용하는 압력,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날 거센 압력을 느끼고 생의 의지를 내지르는 소리. 그 생명의 모 음은 깜박이며 멀어져가는 별들의 심연 같은 밤하늘로 빨려 들어
갔다.
벨은 이도 문자의 출발점을 알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언어는 근 원모음 아에서 시작되고 감탄사와 의성어로 이어진다. 전혀 다른 언어도 비슷한 감탄사와 의성어를 가지고 있다. 어미가 새끼를 보 살피는 소리. 위험을 알리는 소리. 서로 좋아해서 함께 있고 싶은 소리, 서로 닮고 싶어 하는 소리. 소리는 생명이 우주에게 바치는 제물인 것이다 .......
그때 몰이꾼이 무어라고 소리쳤다. 은색의 어둠 속에서 눈 덮인 지붕이 나타났다. 그들은 마침내 하르키길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p.288
조선의 왕권은 여진의 수령 권력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 였다. 조선의 힘은 왕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헌부를 비롯한 사법 기관, 빈틈없는 재정 운영, 과거로 선발되는 관료와 군인 조직에 있었다. 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담장 하나도 허물 수 없었다. 조선 에서 왕에 대한 충성은 그 인간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충성이었다. 순진무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위선적이고 가식 적이며 야비한 세계였다.
그에 비해 여진의 수령은 무엇이든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 유인이다. 남용할 수 있는 특권들이 기꺼이 주어져 있다. 수령은 고집과 개성을 가진, 피가 펄필 끓는 살아 있는 인간이다. 백성들은 정직하고 순박하게 수령을 따른다. 만약 밉다면 대들다가 죽거나 떠나면 된다.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야 하며 목적의 왕국에서 살아야 한다. 영혼이 빠져나간 나라, 모든 것이 지위와 직책으로 측정되는 수단의 왕국에서 살면 안 된다.
윤씨는 여진족의 수령이라고 생각하나??
p.345
재익은 머뭇거리면서 소년상과 구술본을 내밀었다. 김홍락은 소 년상의 밑둥을 확인하고 구술본을 몇 장 넘겼다. 재익은 김홍락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김홍락의 반쯤 감겨진 눈꺼풀 밑에서 섬 광 같은 빛이 파닥거리고 있었다.
"선생님,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이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 만 믿어주셔야 합니다."
재익은 그렇게 입을 떼며 자신과 레베카가 165년 후의 미래로부 터 온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김흥락은 눈살을 찌푸렸다.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속이려고 한다는 생각에 강한 분노를 품은 냉 엄한 얼굴이었다. 재익은 1896년에는 전혀 읽은 사람이 없는 김홍 락의 문집 〈서산집>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총 34권의 《서산집>에는 의병 기를 호소했던 "추하게 살지 말 고 깨끗하게 죽자"는 불같은 격문, 위정척사를 주장하는 대쪽 같은 상소문은 전혀 실리지 않았다. 이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불행에 대 해서는 후세가 알 필요가 없다고 작정한 것 같았다. 그러나 외견상 아무 관계 없는 주제의 글들에서 그 심경이 드러나고 있었다.
오랑캐라고 가소롭게 생각하던 상대가 사실은 대단히 진지하고 성실해서 모든 면에서 우리를 추월해버렸다는 심경. 낙오자의 심경 끝에 쩌릿쩌릿 전류처럼 흐르는 좌절과 수치와 고뇌가 있었다.
〈논어차의>가 그런 글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거경과 궁리와 역행, 즉 깊은 공경심과 진 지한 탐구심, 성실한 실천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거경, 궁리, 역행을 갖춘 선비가 사회의 선과 정의를 수호합니다. 그런데 나라에 도가 사라지면 세상은 내가 진실되고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선의로 행한 일은 악몽과 재앙이 되어 돌아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 조리들이 잇달아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빼앗긴 것을 되찾으려 노 력하지만 더 빼앗길 뿐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를 논어에 주석을 다는 형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
재익은 2061년의 언어로 저자 앞에서 〈논어차의〉를 해석해보았다. 모두가 훈민정음을 버릴 때 홀로 위험을 무릅쓰고 간직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모두가 친일, 친러, 친미로 분주할때 홀로 의병을 일으키는 어리석움에 대해.
https://m.blog.naver.com/hyuni1121/221448600851
유일한 창작자가 있는 한글.. 얼마나 위대한 유산인가..
110만개와 함께 사라진 비트코인을 뛰어넘는
창시자가 있는 비트모빅..
한국에서 이런 크립토가 탄생하고
그런 크립토를 만난 나는 얼마나 행운일까..
올 한해 아니 인생 최대의 행운을 만났다.
비트모빅이 한국의 경제를 살리는 대혁신의 기반이 되어
분열이 사라지고 하나로 똘똘뭉치는 한국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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